• `17. 6월호「 편지 」- 희망옹달샘 : 보이지 않는 것을, 나는 바라봅니다 [편지-희망옹달샘]
  • 여울돌 (IP: *.43.198.135)
    조회 수: 41, 2017.06.02 01:03:05
  • 2017년 #편지 #6월호 PDF 파일과 
    < #희망옹달샘 > 
    박지원 (남, 2016년 10월생, 요소회로대사장애) 님의 사연을 게재해드립니다.

    2017-06-02 00;58;30.JPG



    오늘 당신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여러 영양소를 골고루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지금부터 단백질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쌀 한 톨에도 들어 있는 단백질, 당신은 어떻게 피해가며 평소처럼 먹을 수 있겠는가. 
    오늘의 이야기는 이런 엉뚱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하려 한다. 이것은 그냥 가정(假定)이 아니라 한 아이에게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보, 손가락은? 발가락은? 아, 감사하다.”

    선물처럼 찾아온 첫아이, 엄마는 아이가 건강하다는 말에 해산의 고통도 잊은 채 편히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3일째 되던 날, 아직 이름도 지어지지 않은 이 아이는 알 수 없는 고열과 
    경기로 산소호흡기를 의지하여 어느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암모니아가 계속 체내에 쌓여 뇌와 중추신경을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투석이 진행되었다.

    “산부인과에 홀로 남아 있는데 너무너무 슬펐어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옷을 챙겨 입고 뒤따라갔죠. 
    큰 기계들에 둘러싸여 아무 미동도 없던 아가… 
    그 자리에서 몇 시간을 울며 제발 좀 살려 달라 애원했어요.”

    지원이는 고비를 넘기고 두 달 만에 일반병실로 내려왔다. 
    뇌손상으로 인해 어떤 발달장애가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국내 열 명밖에 되지 않는 희귀난치성질환 요소회로대사장애를 진단받은 것이다. 
    이 질환은 간단히 말해 체내에 단백질이 들어오면 오히려 독이 되어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병이다. 

    생후 7개월인 지원이가 하루에 먹는 약은 열 종류, 혹시라도 단백질이 체내에 남지 않도록 배출시키는 약도 포함되어 있다. 
    지원이는 하루에 여섯, 일곱 차례 토를 하는데 그러면 또다시 약을 먹어야 한다. 
    검사를 위해 피도 매일 뽑아 수혈도 규칙적으로 받고 있다. 
    간세포이식도 국내 최연소로 기록되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주사를 꽂고 지내서인지 웬만한 처치도 입을 앙 다물고 참아낸다
    (그래서 어머니는 “지원아, 아프면 그냥 울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또한 지금까지 단 3일을 제외하고 병원 밖을 나가본 적도 없다. 
    이렇듯 아이는 지겨울 만큼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지원이가 경험한 세상의 크기는 딱 병원 침대 크기만 해요. 
    눈 떠서 보는 건 하얀 천장, 커튼, 주사줄이 전부인 우리 아가…. 
    저는 처음 만나는 분들에게 지원이 좀 만져 달라고 부탁을 드려요. 
    다른 아이들은 입원하면 할머니, 할아버지, 가족들이 다 찾아오는데, 저는 그런 가족 없이 자랐거든요. 
    제가 느끼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지원이는 느끼지 않았으면 해서요. 
    제가 경험하지 못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꼭 지켜 주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제게 몇 점을 줄지 모르겠지만, 정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돌보고 있어요. 
    아이 앞에서는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 안 하고, 내 감정대로 대하지 않고, “넌 불행한 아이야”라고도 하지 않아요.” 


    중학교 때부터 자장면 배달하고 고기 구우며 고시원에서 홀로 살았다는 
    스물아홉의 어머니는 지금도 순간순간 찾아오는 외로움과 싸우고 있었다. 
    그래서 “저희 아가 좀 만져 주세요” 
    “저희 아가 좀 예뻐해 주세요”라는 말이 지나쳐지지 않고 마음을 울렸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 얼마나 더 몸부림치며 살아가야 할까. 
    이들은 비록 열 평도 되지 않는 깜깜한 사글셋방에서, 병원비도 한참 밀려 몇 백 원 차이도 조율하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돈으로 측량할 수 없는 삶의 가치를 믿기에 절망하지 않고 성실히 살아가고 있었다. 
    옆에서 보기엔 아무리 해도 안 될 것 같은데 그래도 묵묵히 견디어 가고 있었다. 

    최근 이들에게 간절한 소망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지원이 컨디션이 좋아져 병원에서 나와 1박 2일 외출을 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한 지붕 아래 세 식구가 나란히 누워 자는 모습을 상상하면 좋아서 웃음이 막 나요. 
    여기서 더 욕심을 부리면… 우리 아가가 지금까지 배냇저고리랑 환자복밖에 안 입어 봤어요. 
    그래서 예쁜 옷 사 입혀 사진관에 함께 가 가족사진을 찍고 싶어요.”

    며칠 전, 그토록 원하던 외출이 잡혔다가 나가는 바로 그날 취소되는 일이 생겼다. 
    지원이가 다시 심하게 토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때 어머니는 “좋다 말았네요”라는 짧은 말만 남긴 채 담담히 일상으로 돌아갔다.  

    “남편이 제게 이런 말을 해줬어요. 
    ‘힘들어도 지원이가 건강해질 수 있다면 우리 그냥 병원에서 살자. 난 정말 괜찮아~ 
    근데 당신한테는 미안해. 늘 화목한 가정을 꿈꾸며 살아왔을 텐데 그 꿈을 못 이뤄줘서 미안해’라고요. 
    저도 남편에게든 누구에게든 이렇게 살아가려고요. 
    늘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려고요. 
    고개를 숙이면 부딪칠 일이 없잖아요. 또 이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지원이의 이름은 생명이 꺼져 가던 중환자실에서 지어졌다. 
    ‘복 지’(祉)자에 ‘근원 원’(原)자를 써 ‘하늘에서 내려온 복의 근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입이 아닌 콧줄로 먹고, 젖이 아닌 약으로 삶을 연장하고, 평생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없는 아이인데, 
    도대체 이 인생 어디에 복이 있다는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믿으려고 한다.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히브리서 11:1)라고 하셨으니까. 
    지원이가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도움을 얻게 되기를, 
    그 도움을 입고 가까이 엄마아빠에서부터 멀리 우리에게까지 축복이 되기를 소망한다. 
    어쩌면  이미 이 짧은 생애는 우리 삶을 돌아보기에 충분한 메시지가 되어 들려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들의 간절함 앞에 잠잠히 내 삶을 돌아본다.                  

    취재•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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