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03~04월호「 편지 」- 희망옹달샘 : 당신이 살아낸 삶은 모두 소중합니다 [편지-희망옹달샘]
  • 여울돌 (IP: *.43.198.135)
    조회 수: 40, 2018.03.06 23:56:19
  • 당신이 살아낸 삶은 모두 소중합니다

    강민관 (, 20092월생, 레녹스 가스토 증후군과 뇌병변1)


    표지.jpg



    2011년에 민관이를 소개받고 이제야 만나러 갑니다. 

    아이는 벌써 열 살이 되었습니다. 


    민관이가 사는 진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왜 그때 민관이 어머니가 만남을 거절했을까 생각했습니다. 이제 십 년이라는 세월의 이야기를 갖게 된 민관이는 또 어떻게 자랐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때 거절했던 이유는 특별한 건 아니에요. 그저 ‘아픈 아이를 핑계로 욕심 부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어요. 

    처녀 때 일하면서 작으나마 모아 둔 돈이 있었거든요.”


    당시 어머니는 도움을 받기 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고 여겼기에 거절했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오늘 민관이를 만나게 된 것은, 이들이 지금 얼마나 힘든 상황에 있는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민관이는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이미 희귀난치성 질환을 진단받고 태어난 아이입니다. 

    그래서 축복보다는 


    “이 아이를 낳을 거냐?” 

    “낳아서 어떡할 거냐?” 라는 말을 더 많이 들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확고했고, 아이가 더 안 좋아지기 전에 낳겠다고 결단해 8개월 만에 어렵게 출산을 했습니다. 이런 어머니의 결단이 있었기에 민관이는 의료진의 예상보다 나은 상태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미혼모입니다.”


    순간 어머니의 말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습니다. 

    아픈 아이를 키워야 하는 그 무게도 견디기 힘들었을 텐데, 그동안 얼마나 아프고 외로웠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남들보다 늦게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바로 그때, 안정된 인생과 꿈을 포기하고 대신 불안정한 생명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당장에는 행복했다고 말할 순 없었을 것입니다. 혼자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었던 그 사연은 깊은 상처로 남아 3년간이나 어머니를 지독히도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민관이는 태어나자마자 2주 만에 수두증으로 션트 수술(고여 있는 뇌척수액을 외부로 빼주는 기계를 머리에 삽입)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개월 만에 고열과 심한 염증으로 션트를 제거해야 했고, 이후 또다시 삽입하는 수술을 하는 등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어야 했습니다. 


    “민관이는 뇌염이 오고 수술도 몇 번이나 하면서 급기야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맸어요. 그때 낯선 서울의 차디찬 중환자실 앞에 앉아 음식도, 물 한 모금도 넘기지 못하고 제발 살려만 달라고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몰라요.”


    그때 젖이 불어서 어찌할 줄 모르던 초보 엄마는 다급한 마음에 아무 병실에 들어가 사정을 말하고 도움을 구했다고 합니다. 감사하게도 사람들은 그녀를 따뜻하게 받아주었고, 그곳에서 씻고 젖을 짜도록 배려해주었다고 합니다. 사실 얼마나 자신을 안 돌보고 미련하게 지냈는지 어머니는 젖을 짜다가 실신한 적도 있었습니다.


    “사흘째 되던 날, 민관이가 눈을 떴다는 연락을 받고 아이를 보고 나오는데 갑자기 배가 너무너무 고픈 거예요. 바로 식당으로 달려가 제일 싼 김밥, 라면, 공깃밥 하나씩 시켜놓고 ‘이제 살았어요, 살았어’ 하고 울면서 반찬 하나 안 남기고 싹싹 긁어 먹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알았는지 민관이는 이후로 크게 아프지 않고 컨디션을 잘 유지해나갔습니다. 평생 앉지도 못할 거라 했는데 앉았고 뒤집었고 “엄마”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나 다섯 살이 되던 해, 구토를 하고 경기를 하면서 악화되어 그 상태가 지금까지 오고 있습니다. 이어서 고관절 탈구와 아데노이드 비대증(편도가 정상보다 큼)으로 수술을 받았고, 안구진탕증(안구의 초점을 맞출 수 없는 상태)으로 눈도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아이가 안 좋아지는 만큼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치료를 해주어야 하는데, 닥친 모든 상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어요.” 


    민관이를 낳고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온 어머니 역시 지금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손과 발의 뼈마디가 염증으로 차 있고 허리디스크도 심각합니다. 어머니가 생전 처음 자신을 위해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건넨 말이 그녀의 지나온 세월을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정말 독한 분이네요!” 


    염증 수치가 입원할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독하게 참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경기로 괴로워하는 아들과 그 고통을 함께 하고픈 그 미련한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이를 아프게 낳은 엄마잖아요. 아빠도 형제도 없이 외롭게 키우는 엄마이고, 경제력도 없어 치료도 많이 못해주는 엄마잖아요. 그래서 매순간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요. 매일 수십 차례 경기하는 아이를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할 때면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향해 웃어 주면 또다시 일어날 힘을 얻는… 우리는 지금 이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주거 걱정에, 생활비 걱정에 매순간이 어렵고 긴장되지만 어머니가 가장 겁나는 것은 자신의 건강이 안 좋아져 혹여 민관이가 혼자 남게 되진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제발 내일은 눈뜨지 않으면 좋겠다고 바라며 고통 속에 잠든 날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피가 마르는 순간마다 어머니는 아들을 지켜냈고 민관이 역시 잘 견뎌냈습니다. 이런 그들을 보면서 지난 십년 간 받지 못한 인정과 격려, 위로를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힘을 내어 나아가 살아낸 만큼 행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취재•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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