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09~10월호「 편지 」- 희망옹달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망’을 노래하는 이유는… [편지-희망옹달샘]
  • 여울돌 (IP: *.43.198.135)
    조회 수: 15, 2018.09.25 00:27:38
  •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망을 노래하는 이유는

    전수호 (, 20151월생, 뇌전증, 미토콘드리아 근육병, 뇌병변1)

     

     

    옹달샘 아이들을 취재하러 갈 때면 마음 한켠에 늘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잊을 수도 없고 잊혀지지도 않을 기억이지만 지난날 사랑하는 아이가 병원에서 난치병을 진단받았을 때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이번에 만난 수호는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아 원인을 알 수 없는 경기가 지속되면서 따뜻한 엄마 품속보다 딱딱한 병원침대에 의지한 채 병원 이곳저곳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가족들은 불안함 속에서도 산통이 워낙 길었기 때문에 놀라고 지쳐서 그럴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안정될 것이다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에 기대를 가지며 희망을 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호의 경기 증세는 더욱더 심해져 갔고 양, 한방 유명하다는 병원은 모두 다녔지만 오히려 과도한 약물 투입으로 수호는 발달이 지연되기 시작했습니다


    눈도 마주치고 팔도 휘저으면서 까르르 웃던 수호는 울거나 웃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수호 아빠는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밀린 집안일을 하면서 병원에서 출근하는 날이 많았고, 수호엄마는 온종일 수호 병간호를 하느라 병원에서 쪽잠을 자는 날들로 이어졌습니다. 실낱같은 희망들이 체념으로 바뀌어 갈 무렵, 수호의 치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수호아빠의 월급으로는 수호의 병원비를 감당해 낼 수가 없었고, 수호를 간호하는 동안 수호엄마의 몸과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갔습니다. 그렇게 아이의 상태가 더 나빠져 가면서, 수호에게 더 전념하기 위해 수호 아빠와 엄마는 뜻을 모아 작은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걸고 시작한 사업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난조를 겪기 시작했고, 계속해서 불어나는 채무로 인해 빚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그 사이 수호는 상태가 점점 나빠져서 뇌의 80%가 소실되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가족을 이뤄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고 싶다던 수호아빠와 엄마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경기를 한번 할 때마다 아이의 아픔은 몸에 전기 충격을 받는 것 이상의 큰 고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엄마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수호를 꼭 끌어안고 괜찮아, 수호야 괜찮아, 조금만 버티면 나아질거야. 엄마가 미안해라는 다독임이 전부였습니다. 그 와중에 수호엄마는 계속적으로 채무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리다가 결국, 지난해 여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 고통을 왜 좀 더 덜어주지 못했을까, 진작에 알아주지 못했을까. 가족들은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후회하고 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수호아빠는 가장 아끼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아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수호를 돌보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텨내고 있습니다. 수호도 엄마의 빈자리를 아는지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는 짧은 시간동안 울었다 멈추기를 몇 차례나 반복했습니다.

    큰일을 겪으면서 수호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또한 많은 것을 잃으셨고 몸도 맘도 많이 피폐해지셨습니다. 큰 욕심 없이 소박하게 살아오셨지만 며느리를 잃고 아픈 손주를 돌보게 되면서 예전의 소박한 웃음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암수술을 두 차례나 하신 수호할아버지는 70이 다 된 연세에 젊은 사람도 힘들어서 못 버티고 나가버려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들인 염색공장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 야간 교대로 12시간씩 일을 하시러 오늘도 두세 시간 주무시고 남들 퇴근하는 시간에 생계를 위해 고된 몸을 이끌고 나가십니다. 원래 마르셨던 수호할머니는 아들인 수호아빠와 교대로 수호를 돌보면서 몸무게가 8kg나 빠지셔서 광대뼈가 도드라질 정도입니다.


    수호는 현재 입으로 음식을 삼킬 수가 없어서 배에 조그만 구멍을 뚫어 호스를 연결해 음식을 투여하는 위루관으로 소아용 영양식을 먹이고 있습니다. 5시간 마다 먹여야 하고 많은 약도 챙겨 먹여야 합니다. 수호가 항상 누워있기 때문에 수시로 석션을 해서 가래를 뽑아주어야 하고 체온조절이 되지 않아 식은땀을 뻘뻘 흘리다가도 몸이 얼음처럼 차가워지기도 해서 수건으로 닦아주다가도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경기를 하거나 호흡이 너무 가쁠 때도 많아 응급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항상 아이 곁에서 지켜봐야 하고, 수호아빠와 할머니는 쪽잠을 자면서 알람을 맞춰놓고, 모두가 잠든 새벽에 일어나 영양식을 먹이고 약을 먹

    여야 합니다.


    수호아빠는 연세 많은 아버지가 성치 않은 몸으로 힘든 일을 하시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파산자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때때로 일용직을 나가기도 하지만 항상 수호를 곁에서 지켜야 하기 때문에 마음 편히 일을 할수도 없습니다. 어린남매를 키우는 수호고모도 수호엄마의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워주기 위해 조카를 헌신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수호에게 의학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습니다. 눈 맞춤이나 옹알이는 물론 몸을 움직이는 것은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입니다. 더 잃을 것도 없는 4년간의 수호네 가족의 삶을 보면서 무너져 내리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큰일들을 함께 겪으면서 조금씩이라도 힘을 내어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수호가 가끔씩 까르르 의미없는 웃음소리를 낼 때 수호할머니는 아이구 내 새끼, 기분이 좋아졌어하시면서 안고 어르고 좋아하십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모습을 바라보시며 함께 미소 지으십니다.


    가족들에게 유일한 바람이 있다면 평안두 글자입니다. 여전히 빚 독촉 우편물은 매일같이 날아오고 쪽잠을 자면서 수호에게 전념해야 하는 일상이 반복되겠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차차 평안해 질 거라는 기대를 갖습니다. 수호가 경기를 덜 할 수 있도록 의료용대마가 합법화된다면 감사할 일이지만 지금은 그저 이대로라도 더 아프지 않고 가족 모두가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다면 된 거라고 가족들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수호네 가족들이 어떤 절망 앞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취재민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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