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사] 국민일보-그들 ‘가족’에게는 스무가지 미소와 행복이 있다… [신문]
  • 여울돌
    조회 수: 339, 2015.11.16 14:56:57
  • [얼굴] 그들 ‘가족’에게는 스무가지 미소와 행복이 있다…

    희귀·난치성 아동 후원하는 ㈔여울돌 박봉진 대표

    입력 2015-11-13 19:13 수정 2015-11-14 10:20
     
     
    [얼굴] 그들 ‘가족’에게는 스무가지 미소와 행복이 있다… 기사의 사진

    박봉진 대표는 망막색소변성증(RP)’이라는 희귀질환을 갖고 있다. RP는 시력을 점점 잃는 희귀병이다.

     

     

    희귀·난치성 질환 환아 가족의 ‘가족’이 되는 이들이 있다. 2002년 처음 만들어진 ㈔여울돌(yeouldol.com)은 한번 지원을 결정하면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정기적으로 후원한다. 그동안 후원한 어린이 중 3명은 어느덧 성인이 됐다. 7명은 후원이 끝나기 전 하늘나라로 갔다. 여울돌은 지금도 20명을 돌보고 있다.

    여울돌은 지난 7일 경기도 파주시 문화공간 문리버파크에서 ‘눈물꽃’ 콘서트를 열었다. 희귀질환이나 발달장애 어린이를 둔 30가정을 초대했다. 모금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그 가족을 위로하고 함께 있다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만든 행사였다. 박봉진(40·흑석제일성결교회) 여울돌 대표를 최근 만나 여울돌과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박 대표의 체구는 자그마했다.  

    운영진 활동 원리, 무급으로 자원 봉사 

    이사장인 박 대표를 비롯해 이사 9명, 여울돌 활동을 지원하는 기획·홍보·촬영팀 스태프 25명은 전원 무급이다. “저희 스태프는 2002년 인터넷 포털 다음에 개설된 카페 ‘원경아 힘내라’에서 만났어요.” 여울돌은 2002년 5월 KBS 다큐멘터리 ‘병원 24시’에 희귀질환을 앓고 있던 신원경(당시 4세) 어린이의 이야기가 방송됐다. 여울돌은 ‘하이퍼 아이지엠 신드롬(Hyper IgM Syndrome·선천성 면역결핍증)’에 걸린 원경이를 돕기 위해 같은 해 12월 만들어졌다. 처음엔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전국에 스태프만 50명 가까이 됐다.

    “원경이를 돕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지 의논했어요. 대부분 20대 초중반 대학생이었죠. 서울 스태프 중에는 고교생도 5명이나 있었어요. 그때 전 27세였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선배랑 이벤트 업체 일을 하고 있었어요. 모인 친구들 중에 제가 가장 나이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여울돌 대표가 됐어요(웃음).”

    여울돌 운영진 대부분은 크리스천이다. 김은정 부대표는 남동생이 원경이와 같은 희귀병으로 20세 무렵 숨진 아픔을 갖고 있다. 김 부대표는 동생처럼 희귀병을 앓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여울돌 활동을 하게 됐다. 10여년 전 대학생이던 스태프들은 현재 사회복지사, 비영리기관 간사, 목회자 등으로 일하고 있다. “이사장인 저를 비롯해 전원이 각자 일터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여울돌 활동은 봉사입니다.”

    눈물꽃 콘서트 무대에 서는 가수, 진행자도 모두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현대기독교음악(CCM) 아티스트인 강찬 전도사님과 유은성 전도사님은 초기부터 저희를 도와주셨던 분입니다. 2007년까지 매년 전국을 돌면서 후원 콘서트를 열었어요. 올해 콘서트는 가족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마련했고 모두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여울돌 재정원칙, 후원·운영 계좌 분리 

    ‘유리공주’로 불리던 원경이를 후원하기 위해 출발한 여울돌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후원 아동을 늘렸다. 지금까지 정기 후원한 아동은 30명. 격월로 매월 20만원을 가족에게 지원해 왔다. 비정기 콘서트와 모금으로 전국 각지에서 후원한 아동까지 합하면 60명이 넘는다. “여울돌은 처음부터 후원계좌와 운영계좌를 분리해 운영했어요. 아동 후원을 위해 모금되는 돈은 모두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했어요.”

    후원계좌를 아동을 위해 쓰고, 운영계좌는 단체 유지를 위해서만 쓴다는 얘기다. 다수의 후원 단체가 조직 유지라는 실질적 이유와 효율적 분배라는 편의를 위해 후원과 운영계좌를 분리하지 않는다. “후원자들이 아동을 위해 낸 돈을 아동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건 ‘정직’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울돌은 이 원칙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또 한번 후원을 결정하면 만18세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지원한다. “정기적으로 후원한 아이들 서른 명 중에 원경이를 포함해 7명은 하늘나라로 갔어요. 3명은 만18세가 될 때까지 후원을 했고 성인이 됐어요. 올해 3월 골수이식 수술을 한 친구는 내년 3월 완치를 기대하고 있어요.”

    박 대표는 도움이 필요한 후원할 아동가정을 직접 찾아다녔다. “얼마나 도움이 절실한지 직접 만나요. 만나야 서로 알게 되고 친해지기도 하죠.” 후원 아동들은 그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2008년 박 대표가 결혼하기 전엔 ‘총각 아빠’로 불렸다. 한 아동 어머니는 “지금까지 우리를 위해 항상 기도하고 걱정해주는 분들은 여울돌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사장 취업규칙, 여울돌의 활동 보장 

    박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성산로에 있는 그의 직장 근처로 갔다. 그는 ‘바베파파’라는 유아용품 업체에서 일한다. “실은 제가 이 회사에 올 때 여울돌을 소개하고, 여울돌과 관련된 활동을 업무시간 중에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어요.” 박 대표의 취업규칙은 ‘여울돌 활동 보장’이었던 것이다. 네 차례 직장을 옮길 때마다 여울돌의 취지와 활동을 이해해주는 회사로만 갔다.  

    병약했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약한 아이들을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대학 입학 후 고아원 등에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다녔다. 2002년 여울돌 조직 후 이듬해 어머니가 암 판정을 받았다. 간병과 직장일을 하면서 여울돌 일을 했다. “하나님이 후원자 기도자 아이들 가족들을 연결해주셨어요. 억지로 하려고 했다면 아무것도 못했을 것 같아요.” 

    그는 대화 중 “하나님이 이렇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죠”라는 말을 자주 했다. 2009년 그는 우연히 병원에 갔다가 망막색소변성증(RP)이라는 희귀병 판정을 받았다. 시야가 좁아져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병이다. 4000명 중 1명꼴로 걸린다고 한다. “진단 받고 담담했어요. 어릴 때부터 제가 밤눈이 어둡고 주변을 잘 못 보는 게 그것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는 자신의 시력이 허락하는 한 여울돌 일을 계속 할 예정이다. 2008년 직장동료와 결혼한 그는 3세 아들과 딸 쌍둥이의 아버지다. “우리 쌍둥이에게 제 병이 유전되진 않았어요.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런 그를 걱정하는 아이도 있다. “예지란 아이는 ‘해가 짧아져서 삼촌이 걱정이 된다’고 해요. 어두워지면 제가 앞을 거의 못 보거든요.” 

    박 대표가 후원하는 아이도 박 대표의 건강을 걱정하는 가족인 셈이다. 그렇게 여울돌을 만든 사람, 여울돌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 후원을 받은 아이, 아이의 가족까지 모두 서로에게 의지한다. 사단법인 여울돌이 여울의 맑은 물소리 같은 사랑의 하모니를 만들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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