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 8월호「 편지 」- 희망옹달샘 : 내 마음에 평안의 자리를 준비하다 [편지-희망옹달샘]
  • 여울돌 (IP: *.43.198.135)
    조회 수: 9, 2017.07.31 23:44:55
  • 내 마음에 평안의 자리를 준비하다

    표선주 (, 20043월생, 총담관낭종과 담관경화로 간 이식)

     

     

    2017-07-31 23;33;44.JPG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침을 삼키는지, 어떻게 고개를 가누는지 등 

    중환자실에서 한 달 만에 깨어난 열세 살 선주는 간 이식 이후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하나하나씩 배워나가야 했다.


    어머니는 어서 빨리 딸이 눈을 뜨기만을 애타게 기다려왔는데, 깨어난 그날부터 또 다른 고통의 날들이 시작되었다

    무서우리만큼 망가진 몸, 고통으로 부들부들 떠는 모습… 

    어머니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힌 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차라리 기억상실증에 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네가 아픈 기억들을 모두 잊으면 좋겠어. 이 아픔이 기억나지 않기를.’


    선주는 태어나자마자 총담관낭종을 진단받고 생후 한 달 만에 수술을 받는 등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며 꾸준히 치료를 받았다

    힘겨운 시간이었지만, 재발이 되지 않고 정상이 될 것이라는 희망의 말에 모든 것을 참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1년 뒤, 예상하지 못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병원에서 오랫동안 알던 분이 아무래도 선주가 이상한 것 같으니 서울 큰 병원에 가보라고 권했어요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울로 올라갔죠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급히 수술을 잡아 간을 잘라냈어요.”


    그랬다. 지금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해 아등바등 살아온 그 1년간

    선주의 그 작은 간은 소리 없이 망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부산에서 서울로 긴 거리를 오가며 투병생활이 시작되었고

    두 번 더 간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선주는 무리가 가지 않는 한 학교생활을 충실히 했고, 밝게 자라주었다

    어머니는 그런 딸을 바라보며 이제 1년에 한 번만 병원에 가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희망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병원에 올라가면 의사선생님께 이제 병원 오는 횟수를 줄이고 싶다고 말씀드리려 했어요

    그런데 바로 담도염이 왔죠. 대개 2주 정도면 잡히는데, 이상하게 두 달이 지나도 낫지 않았어요

    그것을 시작으로 선주는 담도염에 자주 걸려 고생을 했어요.”


    또 한 번의 희망이 꺾이던 그때, 병원에서 처음으로 간 이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심장이 떨려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이후 2년간 여러 병원을 다니며 조언을 들었어요

    결론은 당장 시급하진 않지만 성공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러나 전적으로 저희의 결정에 따른다는 것이었어요.


    어느 날, 또래 사이에 있는 선주를 보았는데 그중 제일 작았어요

    순간 이식을 안 해줘서 자라야 할 시기를 놓치면 어떡하나, 예쁘게 잘 자랄 텐데 우리가 그걸 막는 건 아닐까하는 다급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식을 결정하게 되었죠. 이 고생을 하고 살았으니 이젠 좋아질 때도 되었다는 마음도 사실 컸어요.”


    어머니는 자신의 간을 주기로 결정하고 딸과 처음으로 떨어져 각각 입원실로 향했다

    헤어질 때 눈물이 났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테니 울지 말자고 했다. 그렇게 이식은 진행되었다

    어머니는 수술 후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선주 소식을 물었다. 그러나 수술중이라는 대답만 듣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러나 24시간이 지났는데도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어머니는 침대에 누워 울기만 했다.

    이야기는 이렇다. (다만 우리는 아직 그 끝을 알 수 없다.) 어머니의 간을 받아 이식하려는 순간, 그 간이 선주와 맞지 않음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이식할 다른 간이 나타날 때까지 선주는 수술실에 누워 있어야 했다

    다음 날 심장마비로 사망한 55세 남자의 간을 받았으나 이식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이후로 모든 게 바뀌었어요. 한 달간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갔는데, 그 와중에도 다시 수술을 해서 간을 잘라야 한다

    장이 막혔으니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장을 잘라야 한다… 

    심지어 신장도 망가졌으니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어요. 정말 끝없는 고통이 시작된 거예요.”


    딸이 깨어나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못해서 아에이오우부터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볼 때 부모의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그것도 이식 전에는 간 외에는 아무 이상이 없던 아이가 말이다.

    선주는 장 수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먹지 않아도 하루에 12번 넘게 토를 하고, 배가 쥐어짜듯이 아파 잠도 들지 못했다


    이틀 밤을 꼬박 새우고 겨우 지쳐 잠이 들면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그 고통에 깨어났다

    급기야는 말기 암 환자의 통증을 치료하는 의료진이 와서 마약성 진통제를 놓아줘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7개월이 흘렀다.


    원망스럽고 억울해요. 심지어 제 간은 그냥 버려졌는데 제 병원비만 천만 원이 넘게 나왔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요. 이렇게 자꾸 억울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데, 후회하면 안 되는데… 

    아무래도 우리 마음부터 다스려야 할 것 같아요

    그냥 고생한 만큼 오래 살겠지, 잘살겠지 혼자 중얼거리지만 그게 답이 아니란 걸 잘 알아요. 정말이지 평안하면 좋겠어요

    매일 애가 너무 타요.”


    그렇게 밝던 선주도 넉 달간 미소 한 번 지어본 적이 없다

    폐와 신장에 찬 물을 빼려고 뚫은 자국부터 여러 수술 자국이 어지럽게 그어진 작은 배는 마치 상처 난 이들의 마음 같았다

    이들이 어떻게 하면 다시 힘을 내어 일어설 수 있을까.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그래도 소망이 되는 것은, 선주가 더디지만 분명히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통으로 물든 시간의 한가운데서 그들을 대신하여 소리를 내본다

    평안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느껴 보지 못했다는 그들

    평안을 갈구하는 그 마음이 하루빨리 고통을 넘어서기를 바란다.



    취재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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