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 9월호「 편지 」- 희망옹달샘 : 어루만질 때 희망이 살아난다 [편지-희망옹달샘]
  • 여울돌 (IP: *.43.198.135)
    조회 수: 55, 2017.09.01 00:06:17
  • 어루만질 때 희망이 살아난다

    강민소 (여, 2011년 8월생, 간암으로 간이식·확장성 심근염)


    201709 cover.JPG


    으아악! 저리 치워.” 민소는 화들짝 놀라 온몸을 부르르 떨며 뒷걸음질 쳤다

    누군가가 밥알을 흘린 것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민소에게 밥은 벌레보다 더 징그러운 것이다


    이처럼 음식 앞에서 경계를 풀지 않고 긴장하는 아이를 만나본 적이 있는가

    민소 어머니는 말한다. 먹지 않겠다는 딸의 의지가 너무나 확고하여 애타하는 엄마에게 어떠한 희망도 주지 않는다고

    그러나 민소가 처음부터 먹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유식을 잘 먹으며 커 가던 민소가 10개월이 되었을 때, 감기로 병원에 갔다

    그러나 병원 측은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간암이었다

    이미 간의 80퍼센트가 종양으로 차 있었다. 그 앞에서 어머니는 믿을 수 없다며 단호하게 부정했지만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내 그 부정은 살려 달라는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어머니는 죽어가는 아이를 안고 부산에서 서울로 달려 올라갔다.

    민소는 그 작은 몸으로 발버둥 치며 6차에 걸쳐 항암을 받아 종양이 조금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종양이 혈관 쪽으로 몰리면서 수술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때 마지막 남은 방법은 간 이식 하나뿐,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진행되었으나 

    이후 네 살까지 지겹도록 병원생활을 하며 점차 건강해지기 시작했다.


    민소는 정신과 상담도 많이 받았어요. 최근까지도 약을 계속 먹었고요

    분유만 먹지 다른 건 안 먹으니까요. 어디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의사 선생님의 소견에는 민소가 생후 10개월부터 경험한 일들이 트라우마가 되어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 같데요

    그러니 절대 억지로 먹이지 말라고요.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안 밝혀졌어요. 아이도 아무 말을 안 하고… 그래서 너무 답답해요.”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민소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 희망이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아이들처럼 손을 흔들며 유치원을 가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이제 고통의 마지막을 통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민소는 유치원을 다닌 지 한 달 만에 배가 빵빵해지고 얼굴이 붓기 시작했다

    간 이식 부작용이라 생각하고 급히 병원으로 올라갔는데 예상외의 결과를 들었다. 심장이 이유 없이 커졌다는 것이다


    수많은 검사를 해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심장이 커지면서 간도, 콩팥도, 폐도 망가지기 시작했고

    현재 공여자가 나오면 심장 이식을 받을 예정이나 아이들은 그 기회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콩팥 이식 이야기도 오갔다.


    간 이식 후 퇴원할 때, 민소에게 잘 이겨내 줘서 고맙다고, 우리 다시는 병원에 오지 말자고 약속했는데… 

    이제는 심장까지 이식을 해야 한다니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이유도 모른 채 아파야 한다는 게 믿어지세요

    항암할 때는 울음 꾹꾹 참으며 항상 웃고 씩씩하게 보이려고 애썼지만 


    두 번째는 이 끔찍한 일을 또다시 겪어야 한다는 게 너무 속상하고 화나고차라리 다 포기하고 같이 죽고 싶었어요

    그런데 민소가 버티더라고요. 아픈데도 울지 않고 미소를 지어 주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견뎠어요. 저렇게 살려고 하는데 제가 같이 이겨내 주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심장 기능의 20퍼센트만이 살아서 한 발자국도 못 걷고 누워서 지낸 1년간은 진정 힘든 시간이었다

    민소는 분유도 빨아 먹을 힘이 없어 하루에 500밀리리터도 먹지 못했는데

    약은 열 가지 이상을 하루에 여섯 번씩 나누어 먹어야 했다. 지금도 약을 먹자고 하면 자다가도 자연스럽게 입을 벌린다


    이 모든 과정이 익숙해져 이제는 주사를 맞아도, 피를 뽑아도 결코 울지 않는다

    그런데 딸이 고통에 무뎌질수록 어머니는 남몰래 우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최근 민소네는 전세 값을 많이 올리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이사를 해야 했다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면 길바닥에 나앉을 판이었다


    겨우겨우 이사를 한 곳은 어느 빌라의 5. 발목 관절이 정상이 아닌 장애 5급인 어머니에게

    그리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민소에게 그 집은 최악이었다


    어느 날은 민소가 조심스레 엄마, 우리 엘리베이터 있는 집에 살면 안 돼?”라고 물었다고 한다

    단 둘뿐인 이들에게 생활고는 또 다른 아픔이다.


    특수분유 한 통에 12만 원이라 형편이 어려울 때는 못 사요

    하루에 여섯 번 정도 먹는데 없을 땐 그냥 슈퍼에서 흰 우유를 사서 먹여요

    그때는 차마 배고프냐고 묻지도 못하고요. 민소가 분유 달라고 할까 봐 겁이 나서요.


    이런 저를 엄마라고 불러주는 우리 민소, 가엽고 불쌍해요

    건강하게 낳아 주지 못하고 잘 키워 주지 못해서늘 죄인 같아요.”



    어머니의 소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민소와 한 상에 앉아 함께 밥을 먹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심장 이식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그러나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어머니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요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 커피만 마시면서 지낸다. 민소만큼 어머니의 건강도 염려가 되었다.

    작년에 어머니는 친정아버지를 잃었다. 폐암을 진단받고 한 달 만에 돌아가신 것이다

    어머니에게는 그 슬픔이 아직도 깊게 배어 있었다. 더욱이 그땐 민소도 많이 힘든 때였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펑펑 울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빠, 아빠가 우리 민소 아픈 거 다 가져가면 좋겠어라고


    이것은 제발 살려 달라는 어머니의 처절한 절규였다. 이제 이들의 아픔을 알게 된 우리도 절규해야 할지 모른다

    상심한 자를 고치시며 그들의 상처를 싸매시는 하늘 아버지를 향하여.


    취재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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