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01~02월호「 편지 」- 희망옹달샘 : 우리의 하루는 언제나 희망을 안고 있다 [편지-희망옹달샘]
  • 여울돌 (IP: *.43.198.135)
    조회 수: 63, 2018.01.04 01:28:31
  • 우리의 하루는 언제나 희망을 안고 있다
    임현준•하준 (남, 이란성 쌍둥이, 2016년 5월생, 백질연화증과 수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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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복둘이, 예쁜 복둘이.”

    예비 엄마아빠는 배 속에 있는 복둘이를 부를 때마다 얼굴에 웃음이 번졌습니다. 처음에 이들 부부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인공수정을 계획했고, 그로 인해 뜻밖에 이란성 쌍둥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복둘이’는 복이 두 배로 왔다는 의미의 쌍둥이의 태명입니다. 

    그들은 다음으로 이런저런 계획을 또 세워나갔습니다. 아무래도 둘을 키우려면 경제적으로 빠듯할 테니 쌍둥이가 7개월이 되면 어린이집에 보내자고도 했습니다. 임신 6개월까지 그들의 ‘행복한 계획’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행복은 딱 거기까지만 허락된 것이었습니다. 모든 계획이 꿈꾸었던 것과 정반대로 그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복둘이라는 이름마저도…. 이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의 현실입니다. ‘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삶 말입니다. 

    “다 부질없고 철없는 계획이었죠. 이제 우리는 ‘오늘, 사느냐 죽느냐’ 외에는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임신 23주째인 어느 날 새벽, 갑자기 양수가 터지는 바람에 어머니는 응급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현준(첫째)이와 하준(둘째)이는 1.2킬로그램의 위태위태한 모습으로, 그들을 맞을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당시 모든 이성이 마비된 채 무섭기만 했다는 어머니는 “과연 내가 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 만 되뇌었다고 합니다.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서 100일이 넘도록 생사를 오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그들을 품에 안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웃어 보지 못했습니다. 

    인큐베이터의 투명한 유리관은 마치 그들 사이를 갈라놓는 담처럼 높게만 느껴졌습니다. 그저 낯설고 두려운 존재였던 쌍둥이가 어머니의 목숨보다 귀한 존재가 되기까지, 그들은 굴곡진 시간을 함께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습니다.

    특히, 쌍둥이 중 둘째 하준이의 상태가 매우 심각했습니다. 태어났을 때 이미 뇌출혈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었고, 괴사성 장염으로 바로 장루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백질연화증에서 수두증까지 빠르게 진행되었고, 폐도, 눈도, 귀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하준이는 생후 한 달 만에 ‘뇌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준이는 이미 너무 많은 수술을 받아서 더 이상의 수술이 불가능한, 이미 성인 용량의 약을 다 써서 더 이상 약도 소용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첫째만이라도 아무 탈 없이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한 그때, 안타깝게도 현준이마저 심정지가 오면서 백질연화증을 진단받았습니다. 현준이는 오히려 하준이보다 몸의 강직이 더 심해서 하루에 두 번씩 매일 재활치료를 다니고 있습니다.

    “시한부 판정을 받고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내는 하준이를 보면 그냥 같이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들곤 해요. 이제 우리가 해줄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감에 한숨짓다가도 현준이와 눈이 마주치면 ‘내가 죽으면 이 아이는 누가 돌보지’ 하는 생각에 다시 살 각오를 굳게 하죠. 결국 저를 살게 하는 건 아이들 같아요. 이런 게 쌍둥이 키우는 부모의 기쁨인가 봐요.” 

    일상의 모든 평범함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쌍둥이네, 그들은 어느새 아픔에 익숙해진 듯 보였다.

    “그래도 여전히 어려운 게 있어요. 내 아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래요. 사람들이 하준이를 외계인 보듯 하거든요. 입원을 하면 같이 아픈 아이들인데도 짓궂은 말을 하기도 하고 우르르 몰려와 구경하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는 침대 사방으로 커튼을 치고 지내요. 내가 왜 내 아이를 감추며 살아야 하나요? 나는 왜 여전히 그 시선들과 싸우며 분노해야 하는 걸까요? 내가 너무 못난 엄마라서 하준이한테 미안해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불안한 생명을 이어가는 하준이를 볼 때마다 어머니는 죄책감에 짓눌리곤 합니다.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가슴을 칩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어머니는 현준이 치료에 무섭도록 집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재활치료를 위해 매일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를 다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현준이에게 꼭 걷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19개월이 된 현준이는 잡고 일어설 정도로 아주 많이 좋아졌습니다.   

    쌍둥이를 낳은 이후로 단 한 시간도 편히 쉬어 본 적 없는 어린 어머니는 늘 이 말을 듣고 싶었다고 합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기특하고 예쁘다. 내일을 위해 힘내자.” 

    늘 수고하고 지쳐 있는 이 가정에 소망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제 자신에게 쌍둥이는 분명 힘들고 아픈 존재가 맞아요. 하지만 첫 시작이 그랬지 지금은 아니에요. 슬픈 일, 싫은 일, 짜증나는 일이 늘 반복되지만 이마저도 감사히 여기며 살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어요. 지금 포기하면 저희에게 다음이란 없으니까요. 매일 아침 어김없이 해가 떠오르듯 저희 삶에도 분명히 해가 떠오를 거예요.”

    지금 쌍둥이네는 이 소망의 날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 이날을 끝까지 기다릴 수 있도록 그들을 더 위로해주고 더 칭찬해주고 더 응원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마다 새로운 주님의 사랑과 긍휼을 바라며 

    “기다리는 자들에게나 구하는 영혼들에게 여호와는 선하시도다”(예레미야애가 3:25)
    라는 말씀을 잠잠히 읊조려 봅니다.   
                      
    취재•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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